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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획기사.

[대한민국 양육 명세표]<上> 우리 애 키우는 데 얼마나 들까

[대한민국 양육 명세표]<> 저출산 악순환 부르는 양육비

[대한민국 양육 명세표]<下> 신문기사 연관 키워드 변천사

 

▼ 임신부터 출산, 육아 비용 계산기

 

[양육비 계산기]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얼마나 들까?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얼마나 들까? 동아일보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1170가구)와 통계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등이 발간한 가구 조사 데이터 및 통계분석 자료 등을 활용해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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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양육 명세표] <上> 우리 애 키우는 데 얼마나 들까

 

“아니, 과소비한 것도 없는데….”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 씨(36)는 자신이 유치원생 아들(6)을 키우는 데

지금까지 2억1330만 원을 썼다는 분석 결과를 받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출산 후 조리원도 비싼 곳을 안 가고

각종 육아용품도 대체로 중고 물품을 사거나 물려받아 썼다.

요새 유행이라는 영어유치원도 안 보내고,

국공립유치원은 추첨에서 떨어져 일반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동아일보가 만든 인터랙티브 사이트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년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baby.donga.com)를 통해

그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6억5994만 원을 더 쓰게 된다는 전망치를 받았다.

 

 

 

 

 

○ 근로자 10년 연봉, 고스란히 아이 양육비로

동아일보가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이해 구축한 양육비 계산기 사이트에 따르면

모든 소득 구간의 평균에 해당하는 한 가구가 아이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필요한 돈은

약 3억8198만 원으로 집계됐다.

미취학 양육비 6860만 원, 사교육 등을 포함한 교육비로 초등학교 9250만 원,

중학교 5401만 원, 대학교 8640만 원 등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연 소득이 4003만 원인 처분가능소득 3분위 가구가 이 금액을 사용하려면

9.6년 동안의 소득을 고스란히 양육비에 쏟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이가 23세가 될 때까지 해마다 같은 금액을 쓴다고 가정할 때 연 소득의 41.5%가 양육비로 나가는 셈이다.

서울만 따로 빼면 4억254만 원으로 늘어난다.

10.1년 치 연 소득이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1170가구)와 통계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등이 발간한 가구 조사 데이터 및 통계분석 자료 등을 활용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다.

양육비 계산기를 활용하면 우선 소득의 차이에 따른 자녀 양육비 총액의 평균 금액을 토대로

△출산 △산후조리 △보육 △교육 방식 등 자녀 생애주기별 각종 변수에 따른 양육비를 산출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소득이 비슷한 가구가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출산과 육아비용, 초중고교 교육비와 사교육비 등을 입력해 두고 다른 이용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따라서 사이트 이용자가 입력하는 평균 소득이 늘어나면

양육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이 늘어나고 총 양육비도 증가한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 원 정도인 이 씨의 경우 총 양육비가 8억7324만 원으로

소득구간 평균 가구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씨는 “아들 출산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로 기쁨을 누리고 있다”며

“정부와 사회가 어떤 부분을 배려하고 신경 쓰면 좋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최근 10여 년간 저출산 예산 140여조 원이 투입됐지만

정작 부모들의 정책 체감도가 왜 낮은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던진다.


○ 전문가들 “보육 교육 부담 줄여야”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적인 부담이 출산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 1순위로 꼽히는 만큼

자녀의 생애 주기별로 맞춤형 보육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원 맞벌이인 이 씨 부부는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으로

그나마 아이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겨 보육비용(월 80만 원)을 다소 줄일 수 있었다.

이 씨와 달리 입주 도우미를 쓰는 가구는 대체로 월 220만∼260만 원의 비용을 지출한다.

출산 후 복직하며 입주 도우미를 들인 김효정 씨(35)는

매달 월급의 절반을 그대로 입주 도우미에게 주다시피 하고 있다.

어린이집 역시 오후 6시에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야 하기에 빨라도 오후 8시에 퇴근하는 부부의 근무 특성상 아이를 저녁에 계속 봐줄 도우미가 필요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 돌보미 비용은 양육자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라며 “무상으로 지원하는 보육처럼 아이 돌봄도 정부가 포괄하는 공적 서비스로 확대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 양육에 비용이 많이 들어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과 함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양육 명세표]<中> 저출산 악순환 부르는 양육비


“아이 키우려면 10억 있어야” 공무원도 출산 기피


“아이가 주는 행복을 숫자로 바꿀 순 없죠. 시간을 되돌려도 셋을 다 낳았을 겁니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심모 씨(34)는 다둥이 아빠로 주변 응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에게 아이 셋은 보물이나 다름없다. 심 씨는 자신이 자녀를 셋이나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보다 좋은 양육 환경 때문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부부의 월 소득은 1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친다. 장인과 장모가 동거하며 아이 양육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는 “셋째 임신 때의 주변 반응은 둘째 임신 때까지와는 확실히 달랐다”며 “셋째 임신 소식을 주변에 알렸을 때 ‘대체, 어쩌려고 하느냐’는 식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친구나 동료들에게는 ‘준비되지 않았다면 임신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7년 차인 다른 대기업 사원 정모 씨(35)는 교육 공무원인 아내와 결혼하기 전부터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맞벌이를 하면 경제적 여유는 있겠지만 아이 성공을 전폭 지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지원하고 아이 미래를 보장하려면 10억 원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한국에서 부모의 재력과 권력이 아이 미래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결국 무(無)자녀의 삶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결혼 후 곧바로 정관수술을 받았다.

 

 

 

 

○ 여유 있는 가정에도 출산 기피 확산

동아일보가 임산부의 날(10일)을 맞아 공개한 인터랙티브 사이트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baby.donga.com)’에 따르면 아이 양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은 비단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저출산 현상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부들에게서도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정년과 고액 연봉이 보장돼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국책은행에 다니는 김모 씨도 결혼 전 아내와 자녀를 낳지 않기로 약속했다. 현재 결혼 3년 차를 맞아 양가 부모님에게서 ‘아이를 낳으라’는 극심한 설득 작업에 시달리고 있지만 결심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대뜸 대학 입학에 활용되는 논문의 가격표를 보도한 뉴스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1저자 등재 조건의 논문 가격은 1200만 원, 2저자 논문은 600만∼800만 원.’

김 씨는 “부모가 권력과 재력이 있으면 자식의 능력과 상관없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잡는 대한민국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한국 사회는 지나친 경쟁 사회이자 불공정한 사회”라며 “아이에게 물려줄 권력과 재력이 없는 나에게는 오히려 출산이 무책임한 행위라는 애초의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소득 높을수록 양육비도 더 쓴다


소득이 높은 가구에도 번진 출산 기피 현상은 소득이 높을수록 양육비를 더 쓰는 구조와 무관치 않다. 동아일보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구축한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년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8억 원 이상의 양육비용 차이가 났다.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의 가정은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는 데 평균 1억7534만 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소득 600만 원 무려 9억9479만 원을 지출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의 원인이 단순히 양육과 보육 부담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출산보다 생존이 우선시돼 결과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3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저출산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이 ‘교육’이었지만 상위 15개 단어에는 ‘양극화’, ‘차별’ 등이 포함됐다.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 역시 무시하지 못할 기회비용 중 하나다.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자녀가 없는 여성은 ‘가족 및 구성원 돌보기’에 하루 평균 1시간 7분을 쓴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3시간 28분으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교제 및 여가 활동’ 시간은 4시간 39분에서 2시간 59분으로 2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단기간에 변화되기는 힘들다”며 “결국 양육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출산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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